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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13 UPDATE

CLASSICS / FIELD NOTES

『한국단편문학선 1』의 소설들은 왜 돈을 ‘전’ 단위까지 적어 둘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번, 이남호 엮음 『한국단편문학선 1』 읽기 안내. 열두 작가의 단편 열아홉 편을 소개하고, 「감자」 「운수 좋은 날」 「만무방」 「날개」의 결말을 돈의 액수로 읽는 법과 나머지 작품을 읽으며 표시해 둘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번은 외국 소설이 아니라 우리 단편 열아홉 편을 묶은 『한국단편문학선 1』이다. 192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의 단편을 이어 읽다 보면 이상하게 자주 눈에 걸리는 것이 있다. 돈의 액수다. 팔십 원, 삼십 전, 오 원처럼 소설 속 돈은 거의 언제나 ‘전’ 단위까지 정확하게 적혀 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그 액수가 왜 그렇게 정확해야 했는지 네 편의 결말로 설명할 수 있고, 나머지 열다섯 편을 읽을 때 무엇에 표시해 두면 좋은지 알 수 있다.

어떤 책인가

엮은이는 이남호이고, 민음사판은 1998년 8월에 나왔다. 480쪽에 작가 열두 명의 단편 열아홉 편이 실렸다. 김동인의 「감자」와 「발가락이 닮았다」, 현진건의 「빈처」와 「운수 좋은 날」, 이광수의 「무명」, 나도향의 「물레방아」, 최서해의 「홍염」, 김유정의 「동백꽃」과 「만무방」, 채만식의 「맹 순사」와 「치숙」, 이상의 「날개」, 이효석의 「산」과 「모밀꽃 필 무렵」, 이태준의 「밤길」과 「토끼 이야기」, 정비석의 「성황당」, 염상섭의 「임종」과 「두 파산」이다.

출판사는 이 책이 1920년대에 시작된 근대 단편이 10년 남짓 만에 1930년대의 성숙한 문단을 이루기까지를 따라간다고 소개한다. 제목의 번호가 말해 주듯 같은 엮은이의 『한국단편문학선 2』가 전집 20번으로 이어진다.

독서 노트

『한국단편문학선 1』의 열아홉 편

작가 열두 명, 책에 실린 차례대로

  • 김동인 · 현진건 · 이광수

    •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 「빈처」 「운수 좋은 날」 「무명」
  • 나도향 · 최서해 · 김유정

    • 「물레방아」 「홍염」
    • 「동백꽃」 「만무방」
  • 채만식 · 이상 · 이효석

    • 「맹 순사」 「치숙」 「날개」
    • 「산」 「모밀꽃 필 무렵」
  • 이태준 · 정비석 · 염상섭

    • 「밤길」 「토끼 이야기」 「성황당」
    • 「임종」 「두 파산」

엮은이 이남호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 · 1998

민음사 도서 페이지의 차례를 작가별로 묶었다. 열두 작가, 열아홉 편이다.
숏츠로 보기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010 | 한국단편문학선 1YouTube ↗

왜 하필 돈의 액수인가

이 책의 인물 대부분은 가난하다. 인력거꾼, 소작인, 빈민굴의 아내, 원고료를 받지 못하는 무명 작가가 차례로 나온다. 가난을 ‘가난하다’고만 쓰면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간다. 그런데 액수를 적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하루 벌이가 얼마이고, 그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고, 무엇이 모자라는지가 계산되기 시작한다. 독자는 인물과 함께 셈을 하게 되고, 그 셈이 맞지 않는 순간이 곧 이야기의 결말이 된다. 아래 네 편은 그 방식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인용과 액수는 공개된 원문(위키문헌)으로 확인했다.

네 편의 결말을 액수로 읽기

김동인 「감자」(1925). 복녀는 열다섯 살에 스무 살 많은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 시집간다. 남편의 게으름 끝에 부부는 평양 칠성문 밖 빈민굴로 밀려나고, 복녀는 중국인 왕 서방의 감자밭에서 감자를 훔치다 그의 정부가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복녀가 죽자 세 남자가 둘러앉는다. 왕 서방은 남편에게 십 원짜리 석 장을, 한방의에게 두 장을 건넨다. 다음 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진단과 함께 공동묘지로 실려 간다. 소설은 처음과 끝을 모두 값으로 매듭짓는다. 한 사람의 삶이 팔십 원으로 시작해 오십 원으로 정리되는 것이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1924). 인력거꾼 김 첨지는 아침부터 삼십 전, 오십 전을 벌고, 남대문 정거장까지 가는 손님에게서 일 원 오십 전을 받아 낸다. 집에는 한 달 넘게 기침을 하며 설렁탕을 먹고 싶다던 아내가 누워 있고, 아내는 그날 아침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라고 붙잡았다. 이 소설에서 액수는 행운의 크기이면서 동시에 집에서 멀어진 거리다. 벌이가 늘어날수록 그는 집에 가기를 미루고, 술자리에서는 “삼십 원을 벌었어”라고 실제와 동떨어진 액수를 외친다. 설렁탕을 사 들고 돌아온 방에서 아내는 이미 숨져 있다. 제목의 ‘운수’는 돈으로 세면 맞고, 사람으로 세면 정반대다.

독서 노트

액수가 결말을 말하는 네 편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건네는가

  • 김동인 「감자」 · 1925

    • 열다섯에 팔십 원에 팔려 시집간 복녀
    • 죽은 뒤 남편 삼십 원, 한방의 이십 원
  • 현진건 「운수 좋은 날」 · 1924

    • 삼십 전, 오십 전, 일 원 오십 전…
    • 벌이가 좋을수록 집에서 멀어진다
  • 김유정 「만무방」 · 1935

    • 도지·장리를 치르면 남는 게 없는 벼
    • 응오는 제 논의 벼를 밤에 훔친다
  • 이상 「날개」 · 1936

    • 아내가 준 은화가 머리맡에 쌓인다
    • 쓰지 못한 오 원을 아내 손에 쥐여 준다

액수는 공개 원문(위키문헌)에서 확인

네 편 모두 돈의 액수가 정확히 적혀 있고, 그 돈이 오가는 장면이 결말을 결정한다.

김유정 「만무방」(1935). 여기서는 액수가 아예 남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성실한 농사꾼 응오는 다 익은 벼를 베지 않는다. 지난해 지주의 문 앞에서 타작해 도지와 장리와 이런저런 몫을 치르고 나니 손에 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응오의 논에서 벼 이삭만 누가 훔쳐 간다. 떠돌이 형 응칠이 밤새 지켜 잡은 도둑은 다름 아닌 응오 자신이다. 제 논의 벼를 제가 훔쳐야 겨우 제 것이 되는 셈이다. 형은 돈을 마련해 주겠다며 함께 가자고 하지만 아우는 뿌리치고, 형은 아우를 때린 뒤 업고 고개를 내려간다.

이상 「날개」(1936). 앞의 세 편과 반대로 이 소설의 ‘나’는 돈을 쓸 줄 모른다. 아내가 주는 은화는 머리맡에 저절로 쌓이고, 벙어리저금통에 넣었다가 그마저 변소에 버린다. 어느 밤 거리로 나간 그는 모아 둔 오 원을 끝내 쓰지 못하고 돌아와 아내 손에 쥐여 준 뒤, 처음으로 아내 방에서 잠든다. 아내의 손님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흉내 낸 셈인데, 그는 이유를 모른 채 만족한다. 돈이 무엇을 사고파는지 모르는 사람의 눈을 통해, 독자는 그 집에서 실제로 무엇이 거래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돈 말고도 표시해 둘 것

네 편에서 본 질문은 다른 작품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 「빈처」의 무명 작가 부부는 옷가지를 전당포에 잡혀 끼니를 잇고, 처형이 사 온 새 신이 부부 사이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최서해의 「홍염」에서는 서간도로 건너간 소작인 문 서방이 소작료를 갚지 못해 중국인 지주에게 외딸을 빼앗긴다. 빚의 액수가 사람의 값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또 하나 볼 것은 ‘누가 무엇을 모르는가’다. 채만식의 「치숙」은 일본인 주인의 가게에서 일하는 조카가 감옥에 다녀온 사회주의자 아저씨를 흉보는 이야기인데, 그는 “꼭 십만 원을 모을 작정”이라며 자기 계획을 자랑한다. 그 말을 듣는 독자는 아저씨보다 조카 쪽을 더 의심하게 된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에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M이 아내가 낳은 아이의 발가락이 자기를 닮았다고 말하고, 이를 지켜보는 의사인 화자는 진실을 알면서도 그 믿음을 거든다. 인물이 믿는 것과 독자가 아는 것이 갈라지는 자리에 표시를 해 두면, 짧은 단편이 훨씬 길게 읽힌다.

독서 노트

읽으면서 표시해 둘 네 가지

열아홉 편 어디에나 쓸 수 있는 질문

  1. 액수

    • 원·전이 나오면 동그라미
    • 얼마인지보다 얼마가 모자란지
  2. 건네는 손

    • 누가 누구에게 주는가
    • 돈을 받은 쪽이 무엇을 잃는가
  3. 제목과 결말

    • 「운수 좋은 날」의 운수
    • 제목이 결말과 어긋나는 곳
  4. 누가 무엇을 모르는가

    • 「치숙」의 조카, 「발가락이 닮았다」의 M
    • 인물이 믿는 것과 독자가 아는 것이 갈리는 곳

읽기 안내 · 수록작 하나를 골라 적용해 보기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네 칸을 채워 보면, 열아홉 편이 서로 무엇을 주고받는지 보인다.

읽는 순서 제안

처음 읽는다면 책의 차례대로 가도 좋지만, 위의 네 편(「운수 좋은 날」, 「감자」, 「만무방」, 「날개」)을 먼저 읽고 액수에 동그라미를 쳐 두면 나머지를 비교하기 쉽다. 그다음 「치숙」과 「발가락이 닮았다」로 화자의 자리를 살피고, 「모밀꽃 필 무렵」과 「산」처럼 돈 이야기가 물러나는 작품을 마지막에 두면 같은 시대의 다른 얼굴이 보인다. 1945년 해방 뒤를 다룬 「맹 순사」와 「두 파산」은 앞의 작품들과 시대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된다.

한 편을 고를 때마다 이렇게 적어 보자. 이 소설에서 처음 나오는 액수는 얼마이고, 누가 누구에게 건네며, 마지막에 무엇이 모자랐는가. 세 줄을 채우면 그 소설의 결말을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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