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S / FIELD NOTES

『변신 이야기』 1권, 변신보다 변하기 직전을 먼저 읽는 이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번,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권 읽기 안내. 원작 1~8권의 흐름과 함께, 변하기 직전의 감정과 이야기하는 사람을 따라 읽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첫 번째 책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1권이다. 신과 사람이 나무와 짐승, 돌과 새로 바뀌는 이야기가 쉬지 않고 이어져서, 처음 펼치면 이름부터 헷갈리기 쉽다. 줄거리를 외우지 않아도 세 가지만 붙잡으면 길을 잃지 않는다. 이 1권이 원작의 어디까지인지, 변하기 직전 인물의 마음, 그리고 지금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지다.

원작 15권 가운데 1~8권을 여덟 부로 나눈 책

오비디우스(기원전 43년~기원후 17년 무렵)는 로마의 시인이다. 『변신 이야기』는 서사시의 운율인 6보격으로 쓴 15권짜리 긴 시로, 그가 흑해 연안의 토미스로 추방된 기원후 8년 무렵에는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첫머리에서 시인은 새로운 몸으로 바뀐 모습들을 노래하겠다고 밝히고, 세상이 처음 생겨난 때부터 자기 시대까지를 끊이지 않는 하나의 노래로 잇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야기는 카오스에서 시작해 대홍수와 신들의 사랑과 분노, 영웅들의 모험을 지나 로마의 역사로 내려간다.

민음사판은 이윤기가 옮겨 1998년에 두 권으로 나왔다. 1권은 원작의 1~8권을 싣고, 각 권에 ‘제1부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부터 ‘제8부 인간의 시대’까지 제목을 붙였다. 이 부 제목은 번역본이 붙인 것이라서, 다른 번역본이나 영어판에서는 ‘제1권’이나 ‘Book I’처럼 번호로만 나온다. 원작의 나머지 9~15권은 2권(세계문학전집 2)에 이어진다.

민음사판 1권의 구성. 제1~2부 세계와 신들, 제3~5부 테바이와 페르세우스, 제6부 신들의 복수, 제7~8부 영웅과 인간 순서로 이어지고 원작 9~15권은 2권에 있다.
민음사판 1권은 원작 15권 가운데 1~8권을 여덟 부로 나눠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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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흐름을 한 번에 보면

제1~2부는 세계의 시작과 신들의 시대다. 혼돈에서 땅과 바다가 갈라지고, 금·은·청동·철의 시대를 거치며 타락한 인간을 대홍수가 쓸어 간다.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어깨 너머로 던진 돌이 다시 사람이 된다. 아폴론을 피해 달아나던 다프네가 월계수가 되는 장면, 암소가 된 이오, 태양의 수레를 몰다 떨어진 파에톤도 이 앞부분에 있다.

제3~5부는 테바이를 세운 카드모스의 집안과 페르세우스, 무사 여신들의 이야기다. 사슴이 되어 자기 사냥개에게 쫓기는 악타이온, 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빠진 나르키소스와 목소리만 남은 에코가 여기 나온다. 제6부 ‘신들의 복수’에서는 여신과 베 짜기 솜씨를 겨룬 아라크네, 자식 자랑 끝에 모두를 잃은 니오베가 벌을 받는다. 제7~8부에서는 무대가 영웅과 인간으로 옮겨 간다. 이아손과 메데이아, 밀랍 날개로 날다 떨어진 이카로스, 가난하지만 나그네로 온 신들을 정성껏 대접한 필레몬과 바우키스가 이어진다.

초라한 집의 식탁에 두 신이 앉아 있고, 늙은 부부가 그 앞에 몸을 낮추고 있다. 창밖으로 포도 넝쿨과 들판이 보인다. 갈색과 회색 담채 드로잉.
엘리-오노레 몽타니, 《필레몬과 바우키스에게 정체를 드러내는 유피테르와 메르쿠리우스》, 1809년. 종이에 펜과 갈색 잉크, 갈색·회색 담채, 39.4 × 54.3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2018.840), Open Access(CC0). 1권 제8부의 필레몬과 바우키스 이야기를 그렸다.

변신보다 변하기 직전을 본다

이 책의 변신은 대개 몇 줄 안에 끝난다. 그런데 그 몇 줄 앞에는 늘 한 인물의 감정이 끝까지 가 있다. 변신은 그 감정이 몸의 모양으로 굳는 순간이다.

제1부의 뤼카온은 손님으로 온 유피테르가 정말 신인지 시험하려고 사람의 살을 음식으로 내놓았다가 늑대가 된다. 원래의 사나움이 털과 이빨로 드러난 셈이다. 같은 제1부의 다프네는 쫓기다 강의 신인 아버지에게 기도하고, 발이 뿌리가 되고 팔이 가지가 된다. 여기서 변신은 벌이 아니라 벗어남이다. 제6부의 아라크네는 끝까지 솜씨를 굽히지 않다가 거미가 되어서도 실을 잣고, 니오베는 슬픔 속에 돌이 되지만 그 돌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래서 ‘누가 무엇이 되었나’보다 ‘변하기 직전에 무엇을 느끼고 있었나’를 적어 두면 좋다. 같은 변신이라는 형식 안에서 벌과 구원과 연민이 얼마나 다르게 쓰였는지가 보인다.

네 인물의 변신. 뤼카온은 잔혹함 끝에 늑대, 다프네는 기도 끝에 월계수, 아라크네는 자부심 끝에 거미, 니오베는 슬픔 끝에 눈물 흐르는 돌이 된다.
변신은 짧게 끝나지만, 그 앞의 감정에 따라 벌이 되기도 하고 벗어남이 되기도 한다.

지금 누가 이야기하는지 따라간다

이 책에서는 이야기 속 인물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일이 잦다. 제4부에서 미뉘아스의 딸들은 바쿠스의 축제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베를 짜며 서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 이야기가 그중 하나다. 이야기를 마친 딸들은 결국 박쥐가 된다. 제5부에서는 무사 여신 가운데 칼리오페가 피에로스의 딸들과 노래 시합을 하며 케레스와 프로세르피나 이야기를 부른다. 시합에 진 딸들은 까치가 된다.

한 이야기가 끝났다고 느껴질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누구이고,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가’를 물어보자. 따로 떨어진 신화처럼 보이던 장면들이 한 줄로 이어지고,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마저 변신을 겪는 이 책의 구조가 보인다.

이야기의 겹. 오비디우스가 전체를 부르고, 제4부에서 미뉘아스의 딸들이 피라모스와 티스베를, 제5부에서 칼리오페가 프로세르피나를 들려준다.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안에서 인물들이 다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들려준 사람도 결국 변신을 겪는다.

처음 읽는다면

  • 하루에 한 부씩 읽으면 여드레에 1권을 마칠 수 있다. 부마다 변신 장면을 하나 골라 ‘누가, 무엇으로, 직전에 어떤 감정이었나’를 한 줄로 적는다.
  • 같은 신이 로마 이름과 그리스 이름으로 불린다. 유피테르는 제우스, 유노는 헤라, 미네르바(팔라스)는 아테나, 바쿠스는 디오뉘소스다. 번역본이 어느 이름을 쓰는지 첫 등장 때 메모해 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 마음에 남는 장면은 그 이야기를 그린 그림과 함께 찾아본다. 다프네, 나르키소스, 이카로스는 서양 미술에서 여러 번 다시 그려진 장면이다.

1권을 덮을 때쯤이면 변신은 신기한 사건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성격이나 감정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모양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 눈으로 읽으면 2권의 이야기도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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