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S / FIELD NOTES

『변신 이야기』 2권에서 신화는 어디서 역사가 될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번,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2권 읽기 안내. 원작 9~15권이 헤라클레스에서 로마까지 내려가는 흐름, 오르페우스의 노래, 그리고 시인 자신의 이름으로 끝나는 마지막 변신을 따라 읽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번은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2권이다. 1권이 카오스에서 시작해 신과 영웅의 시대를 지났다면, 2권은 헤라클레스의 죽음에서 출발해 트로이아 전쟁을 지나 로마, 그리고 시인이 살던 아우구스투스의 시대에서 끝난다. 이 글을 읽고 나면 2권에서 신화가 어디서부터 역사로 바뀌는지, 누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 마지막 변신이 무엇인지를 짚으며 읽을 수 있다.

원작 9~15권을 일곱 부로 나눈 책

민음사판 2권은 1권과 같이 이윤기가 옮겨 1998년에 나왔다. 원작 15권 가운데 9~15권을 ‘제9부 헬라클레스 외’부터 ‘제15부 카에사르의 승천 외’까지 일곱 부로 싣고, 끝에 역자 후기를 붙였다. 1권처럼 부 제목은 번역본이 붙인 것이고, 영어판에서는 Book IX부터 Book XV까지 번호로만 나온다.

이 판본을 읽기 전에 알아 둘 점이 있다. 옮긴이는 출판사 책 소개에 실린 글에서, 영어판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고 원래 운문인 시를 읽기 쉽도록 3인칭 산문으로 바꾸었다고 밝힌다. 고유명사는 작가가 로마인이므로 라틴어식으로 적되, 필요한 곳에는 그리스식과 영어식 이름을 덧붙였다고 한다. 유피테르 곁에 제우스와 주피터가 함께 나오는 식이다. 그래서 운문 번역본과 줄 단위로 맞춰 보기는 어렵지만,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는 편하다.

민음사판 2권의 구성. 제9부 헤라클레스, 제10~11부 오르페우스, 제12~13부 트로이아, 제14~15부 로마 순서로 이어진다.
민음사판 2권은 원작 9~15권을 일곱 부로 나눠 싣고, 신화에서 트로이아를 거쳐 로마까지 내려간다.
숏츠로 보기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002 | 변신 이야기 2YouTube ↗

2권의 흐름을 한 번에 보면

제9부는 헤라클레스의 마지막이다. 켄타우로스 넷소스가 죽어 가며 남긴 피 묻은 옷을 아내 데이아네이라가 남편에게 보내고, 독이 몸을 태우자 헤라클레스는 스스로 장작더미에 오른다. 같은 부에는 오빠를 사랑하다 샘이 된 뷔블리스, 혼례 날 남자가 된 이피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제10~11부는 오르페우스의 부다. 아내 에우뤼디케를 저승에서 데려오다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다시 잃은 그는 산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제11부 첫머리에서 트라키아 여인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어서 손대는 것마다 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얻었다가 그 능력을 싫어하게 되고, 끝내 당나귀 귀를 얻는 미다스, 난파로 죽은 남편 케윅스와 그를 따른 알퀴오네가 물총새가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12~13부에서 무대는 트로이아로 옮겨 간다. 아킬레우스가 죽고, 아약스와 울릭세스(오뒷세우스)가 그의 무구를 두고 말로 다툰다. 트로이아가 무너지자 헤쿠바는 개가 되고, 아이네아스가 도시를 떠난다. 민음사판이 제13부에 ‘유민의 시대’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이 여기 있다. 제14~15부에서 아이네아스는 이탈리아에 닿아 신이 되고, 로물루스와 누마를 지나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죽음까지 이야기가 내려온다.

오르페우스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간다

제10부의 상당 부분은 오비디우스가 아니라 오르페우스의 목소리다. 에우뤼디케를 잃은 오르페우스가 산에서 뤼라를 타자 나무들이 모여들고, 그는 아폴론이 사랑하다 잃은 휘아킨토스가 꽃이 된 이야기, 퓌그말리온이 만든 조각상이 살아 있는 여인이 된 이야기, 뮈르라가 몰약나무가 되고 그 아들 아도니스가 아네모네가 되는 이야기를 부른다. 그 노래 안에서 다시 베누스가 아도니스에게 아탈란타와 힙포메네스가 사자가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가 세 겹으로 겹쳐 있는 셈이다.

잃어버린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대부분 사랑과 상실의 이야기라는 점을 눈여겨보자. 1권에서 미뉘아스의 딸들과 칼리오페가 그랬듯이, 누가 이야기하는지를 알면 왜 하필 이 이야기들이 모였는지가 보인다. 제12부에서 노인 네스토르가 여자에서 남자가 된 카이네우스를 회상하는 장면도 같은 눈으로 읽을 수 있다.

이야기의 세 겹. 오비디우스가 오르페우스를 이야기하고, 오르페우스는 휘아킨토스, 퓌그말리온, 뮈르라와 아도니스를 노래하며, 그 노래 속 베누스가 아탈란타와 힙포메네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인의 이야기 안에서 오르페우스가 노래하고, 그 노래 안에서 다시 베누스가 이야기한다.
푸생 양식으로 그린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넓은 숲과 강이 있는 풍경 속, 붉은 망토를 두른 인물이 뤼라를 타고 사람들이 둘러앉아 듣는다. 오른쪽 풀밭에서는 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다른 여인들이 놀라 손을 들고 있으며, 멀리 건물에서 연기가 오른다.
니콜라 푸생 양식(Style of Nicolas Poussin),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Orpheus and Eurydice), 제작 연도 미상, 캔버스에 유채, 120.7 × 179.7 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H. O. Havemeyer Collection, Bequest of Mrs. H. O. Havemeyer, 1929, 29.100.20. 퍼블릭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오비디우스는 에우뤼디케가 요정들과 풀밭을 거닐다 발목을 뱀에 물려 죽었다고 쓴다.

변신이 하늘을 향하기 시작한다

1권의 변신은 대개 사람이 나무나 짐승, 돌로 내려가는 방향이었다. 2권 후반으로 갈수록 방향이 바뀐다. 제9부에서 헤라클레스는 장작더미 위에서 어머니에게서 받은 죽을 몸을 불에 태우고, 허물을 벗은 뱀처럼 새로워져 유피테르의 수레를 타고 별들 사이로 올라간다. 제14부에서는 트로이아에서 떠나온 아이네아스가 신이 되고,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는 퀴리누스라는 이름의 신이 된다. 제15부에서 원로원 회의장에서 죽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혼은 베누스가 거두어 하늘로 데려가고, 불꽃 꼬리를 끄는 별이 된다. 시인은 이어서 카이사르의 양자이자 자기 시대의 통치자인 아우구스투스를 높인다.

1권 첫머리에서 시인은 세상의 시작부터 자기 시대까지 노래하겠다고 했다. 2권은 그 약속을 지키는 부분이다. 신화 속 인물이 로마의 조상이 되고, 로마의 조상이 신이 되는 흐름을 따라가면, 이 긴 시가 흩어진 신화 모음이 아니라 로마의 현재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계보로 짜여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피타고라스의 긴 말과 마지막 변신

제15부에는 로마의 두 번째 왕 누마가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을 듣는 대목이 있다. 피타고라스는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혼은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옮겨 가고, 원소도 불에서 공기로, 물로, 흙으로 바뀌며, 태어난다는 것은 전과 다른 무언가가 되기 시작하는 일이고 죽는다는 것은 같은 것이기를 그치는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변신을 이야기해 온 책이 마지막 부에 와서 변신 자체에 대한 설명을 한 인물의 입으로 내놓는 셈이다.

그리고 책은 시인 자신의 말로 끝난다. 그는 유피테르의 분노도, 불도, 쇠도, 세월도 없애지 못할 작품을 마쳤다고 말하고, 몸은 언제 죽어도 좋으나 자신의 더 나은 부분은 별 위로 오르고 이름은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로마의 힘이 닿는 곳마다 사람들의 입으로 읽히리라고 말한다. 카이사르가 별이 되는 장면 바로 뒤에서 시인은 자기 이름이 별보다 높이 오르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2권의 마지막 변신은 시가 사람들에게 읽히며 이어지는 일이라고 읽을 수 있다.

2권에서 하늘로 오르는 순서. 제9부 헤라클레스, 제14부 아이네아스와 로물루스, 제15부 별이 된 카이사르, 마지막으로 이름이 남으리라고 말하는 시인.
2권의 변신은 점점 하늘을 향한다. 마지막으로 변하는 것은 시인의 이름이다.

처음 읽는다면

  • 하루에 한 부씩 읽으면 이레에 2권을 마칠 수 있다. 부마다 ‘지금 이야기하는 사람’을 한 줄로 적어 두면, 오르페우스와 네스토르, 피타고라스처럼 목소리가 바뀌는 곳이 한눈에 보인다.
  • 하늘로 오르는 장면(헤라클레스, 아이네아스, 로물루스, 카이사르)에 표시를 해 두고, 마지막 장의 시인의 말과 나란히 놓아 읽어 본다.
  • 1권의 인물 이름이 가물가물하다면 1권 첫 두 부를 다시 훑고 들어가도 좋다. 2권 맺음말은 1권 첫머리의 약속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2권을 덮을 때 남는 질문은 결국 무엇이 변하지 않고 남는가일 것이다. 오비디우스는 그 답으로 몸도 도시도 아닌, 읽히는 이야기를 내놓는다. 그 답이 맞는지는 이천 년 뒤에 이 책을 펼친 독자가 가장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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