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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09 UPDATE

CLASSICS / FIELD NOTES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 속 예술가들은 왜 ‘삶’을 바라보기만 할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번,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 읽기 안내. 네 명이 옮긴 여덟 편의 구성, 「토니오 크뢰거」 아홉 장의 흐름, 유리문 밖의 토니오와 자갈길의 슈피넬과 해변 의자의 아셴바흐가 서 있는 자리,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거울 장면과 읽으면서 표시해 둘 것을 정리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번은 토마스 만의 단편 여덟 편을 묶은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이다. 제목에 오른 세 작품에는 모두 글 쓰는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자기가 끌리는 ‘삶’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한다. 토니오 크뢰거는 무도회장 유리문 밖 어둠 속에 서 있고, 「트리스탄」의 작가 슈피넬은 건강한 아기 앞에서 돌아서고,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아셴바흐는 해변 의자에 앉은 채 끝을 맞는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세 작품에서 예술가가 서 있는 자리를 비교하며 읽을 수 있고, 같은 거리가 한 사람에게는 편지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몰락이 되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여덟 편, 네 명의 번역자

민음사판은 1998년 8월에 나왔고 608쪽이다. 임홍배, 안삼환, 한성자, 박동자가 함께 옮겼다. 출판사 페이지에는 작품별 번역자가 따로 적혀 있지 않다. 차례는 「토니오 크뢰거」, 「마리오와 마술사」, 「타락」, 「행복에의 의지」, 「키 작은 프리데만 씨」, 「어릿광대」,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 순이고, 안삼환의 해설 「‘길 잃은 시민’ 토마스 만의 고뇌」와 작가 연보가 붙어 있다. 원제로는 『Tristan』이 적혀 있는데, 「토니오 크뢰거」가 처음 책으로 묶인 1903년 단편집 『트리스탄』을 가리킨다.

토마스 만은 1875년 북독일 뤼베크의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죽은 뒤 집안이 기울었고, 1901년 스물다섯 살에 장편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로 이름을 얻었다. 1903년 「토니오 크뢰거」와 「트리스탄」이 실린 단편집을, 1912년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발표했고, 1929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마리오와 마술사」는 1930년 작품이라 이 책에서 가장 늦다. 만은 1955년 취리히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글의 인용과 장면 요약은 독일어 원문을 필자가 옮기거나 정리한 것이다.

오토 H. 바허의 1880년 에칭 「리도」. 풀이 무성한 모래 언덕 길에 어두운 외투를 입은 사람이 등을 보이고 서 있고, 그 오른쪽으로 넓은 해변과 바다가 펼쳐진다. 물가에는 작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걷고, 수평선 가까이 돛단배가 떠 있으며, 멀리 탑이 있는 마을이 낮게 보인다. 왼쪽 위에 작가 서명, 왼쪽 아래에 'Lido Oct. 20 80'이라는 글씨가 있다.
오토 H. 바허(1856–1909), 「리도(The Lido)」, 1880, 에칭. 클리블랜드 미술관, Gift of the late Grace English Decker, 1924.815. CC0(Cleveland Museum of Art Open Access). 소설의 삽화가 아니라, 아셴바흐가 머무는 베네치아 리도 섬의 해변을 30여 년 앞서 그린 판화다.
숏츠로 보기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008 | 토니오 크뢰거YouTube ↗

「토니오 크뢰거」, 두 번의 춤

「토니오 크뢰거」는 아홉 장으로 된 중편이다. 1장에서 열네 살 토니오는 금발에 파란 눈의 친구 한스 한젠을 좋아한다. 실러의 『돈 카를로스』를 같이 읽자고 조르지만 한스는 말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다. 2장에서 토니오는 금발의 잉에보르크 홀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춤 교습 시간에 넋을 놓다가 여자 순서인 ‘물리네’를 춘다. 모두가 웃고, 춤 선생은 그를 ‘크뢰거 양’이라고 부른다. 집안이 몰락하자 토니오는 고향을 떠나 큰 도시와 남쪽을 떠돌며 이름난 작가가 된다.

4장은 거의 전부 대화다. 뮌헨의 화실에서 토니오는 러시아 출신 화가 리자베타 이바노브나에게 예술가가 얼마나 삶에서 떨어져 있는지 길게 털어놓는다. 다 듣고 난 리자베타는 그를 ‘길 잃은 시민’이라고 부른다. 5장부터 토니오는 북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13년 만에 들른 고향에서 생가는 민중 도서관이 되어 있고, 그는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뮌헨 경찰이 쫓는 사기꾼으로 의심받는다. 그는 자기가 크뢰거 영사의 아들이라고 밝히지 않는다. 그리고 덴마크의 바닷가 호텔에서 2장의 장면이 되풀이된다.

독서 노트

「토니오 크뢰거」 아홉 장의 길

고향에서 뮌헨으로, 다시 북쪽으로

  1. 1–3장 · 고향의 소년

    • 한스 한젠을 좋아하고 『돈 카를로스』를 권함
    • 춤 교습에서 잉에보르크 앞에서 웃음거리가 됨
    • 고향을 떠나 큰 도시와 남쪽에서 작가가 됨
  2. 4장 · 뮌헨의 화실

    • 화가 리자베타에게 예술가의 고독을 털어놓음
    • 리자베타: "당신은 길 잃은 시민이에요"
  3. 5–8장 · 북쪽으로 가는 여행

    • 13년 만의 고향, 생가는 민중 도서관이 됨
    • 수배 중인 사기꾼으로 의심받음
    • 덴마크 해변 호텔, 유리문 밖에서 춤을 봄
  4. 9장 · 리자베타에게 보내는 편지

    • "나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고 어디에도 집이 없다"
    •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지키겠다고 씀

고향 도시의 이름은 작품에 나오지 않는다. 인용은 독일어 원문을 필자가 옮긴 것.

「토니오 크뢰거」는 소년기, 뮌헨의 대화, 북쪽 여행, 편지의 네 덩어리로 읽힌다. 8장의 무도회가 2장의 춤 교습을 되풀이한다.

유리문 밖, 자갈길, 해변 의자

8장에서 호텔에 소풍객들이 몰려와 무도회가 열린다. 그 가운데 한스와 잉에보르크를 꼭 닮은 두 사람이 있다. 작품은 그들이 진짜 두 사람이라기보다 같은 ‘유형’이라고 분명히 해 둔다. 토니오는 불 꺼진 베란다로 숨어 들어가 유리문 밖에서 춤을 본다. 무슨 말을 건넬지 궁리하지만 결국 하지 못한다. 그들의 말은 그의 말이 아니었다고 소설은 적는다. 그가 말을 건네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춤추다 넘어진 창백한 아가씨를 일으켜 주며 이제 그만 추라고 말한다. 2장에서 춤을 틀려 웃음거리가 되었던 토니오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다.

「트리스탄」의 슈피넬은 요양원 ‘아인프리트’에 머무는 작가다. 그는 기관에 병이 있는 상인의 아내 가브리엘레를 졸라 의사들이 금한 피아노를 치게 하고, 그녀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피아노 악보를 연주한다. 그 뒤 그녀의 병세가 나빠진다. 슈피넬은 같은 건물에 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긴 편지를 쓰고, 남편은 직접 찾아와 ‘글로만 용감하다’며 그를 몰아세운다. 소동 끝에 정원으로 나온 슈피넬은 유모차에서 소리 내어 웃는 그녀의 아들 안톤과 마주치고, 몸을 돌려 걸어간다. 속으로는 도망치면서 그렇지 않은 척하는 걸음으로.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는 쉰 살 생일에 귀족 칭호를 받은 이름난 작가다. 베네치아 리도의 호텔에서 그는 폴란드 귀족 가족의 열네 살쯤 된 소년 타치오에게 사로잡힌다. 소설 내내 그는 소년에게 한 번도 말을 걸지 않고 손도 대지 않는다. 혼자 있는 밤에만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인다. 도시에 콜레라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영국 여행사 직원에게 듣고 나서, 그는 그 가족에게 경고할 문장까지 머릿속으로 써 보지만 ‘침묵해야 한다’고 되뇌며 그대로 남는다. 마지막 날 그는 해변 의자에 앉아 바닷물 속 모래톱을 걷는 소년을 바라보다가 숨을 거둔다.

독서 노트

세 예술가가 서 있는 자리

모두 '삶'을 보지만, 다가가 말을 걸지는 못한다

  • 토니오 크뢰거 · 어두운 베란다

    • 유리문 밖에서 한스와 잉에보르크를 닮은 두 사람을 봄
    • 할 말을 생각하지만 끝내 하지 못함
    • 넘어진 창백한 아가씨에게만 말을 건넴
  • 슈피넬 · 요양원 정원의 자갈길

    • 가브리엘레에게 금지된 피아노로 「트리스탄」을 치게 함
    • 같은 건물에 있는 남편에게 긴 편지를 씀
    • 웃는 건강한 아기 앞에서 돌아서 걸어감
  • 아셴바흐 · 리도 해변의 의자

    • 타치오에게 한 번도 말을 걸거나 손대지 않음
    • 콜레라를 알고도 그 가족에게 경고하지 않음
    • 의자에 앉아 바다 쪽 소년을 보다가 죽음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은 1903년,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1912년 작품이다.

세 작품의 예술가는 모두 멀찍이서 본다. 토니오는 그 거리를 알고 편지를 쓰고, 아셴바흐는 그 거리 안에서 무너진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거울

아셴바흐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는 두 장면을 나란히 놓으면 보인다. 3장, 베네치아로 가는 배에서 그는 젊은이들 틈에서 떠드는 남자를 본다. 붉은 넥타이에 멋을 낸 모자를 썼는데, 가까이서 보니 늙은이다. 볼의 붉은 빛은 화장이고, 색 띠를 두른 밀짚모자 아래 갈색 머리는 가발이다. 아셴바흐는 소름이 끼친다. 5장에서 그는 호텔 이발사에게 머리를 검게 물들이고 볼에 연지를 바르게 한다. 이발소를 나서는 그의 넥타이는 붉고, 밀짚모자에는 여러 색 띠가 둘려 있다. 이발사는 이제 마음 놓고 사랑에 빠져도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이 소설은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다. 평생 절제와 형식을 지켜 온 작가가 열네 살 소년에 대한 집착 앞에서 판단과 책임을 내려놓는 이야기이고, 화자는 그 과정을 차갑게 지켜본다. 만은 1911년 아내 카티아와 리도의 그랑 호텔 데 뱅에 묵었고, 그때 본 폴란드 소년 브와디스와프 모에스가 타치오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실제 모에스는 그때 열 살이었다. 아셴바흐의 외모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사진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작은 연결도 하나 있다. 어느 날 밤 타치오는 금단추가 달린 짙은 파란 세일러 재킷을 입고 나타난다. 「토니오 크뢰거」 8장의 한스 한젠이 입고 있던 바로 그 옷이다.

독서 노트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거울

3장에서 본 사람이 5장에서 아셴바흐 자신이 된다

  1. 3장 · 베네치아로 가는 배

    • 젊은이들 틈의 늙은 남자: 붉은 넥타이, 화려한 밀짚모자
    • 볼의 붉은 빛은 화장, 갈색 머리는 가발
    • 아셴바흐는 그를 보고 소름이 끼친다
  2. 5장 · 호텔 이발소

    • 이발사가 센 머리를 검게 물들이고 볼에 연지를 바름
    • 나올 때 넥타이는 붉고, 밀짚모자에는 여러 색 띠
    • "이제 마음 놓고 사랑에 빠지셔도 됩니다"

타치오의 짙은 파란 세일러 재킷과 금단추는 「토니오 크뢰거」의 한스 한젠이 입은 옷과 같다.

아셴바흐가 3장에서 혐오한 모습을 5장에서 스스로 입는다. 두 장면을 나란히 표시해 두면 몰락의 순서가 보인다.

읽으면서 표시해 둘 것

첫째, 문과 창과 유리다. 토니오는 유리문 밖에, 슈피넬은 요양원 창을 올려다보는 자갈길에, 아셴바흐는 해변 의자에 있다. 인물이 어디서 보고 있는지 표시해 두면 누가 안으로 들어가고 누가 끝내 밖에 남는지 보인다.

둘째, 옷과 화장이다. 한스의 세일러 재킷, 배 위 노인의 붉은 넥타이, 이발소를 나서는 아셴바흐의 붉은 넥타이. 만은 인물의 변화를 옷차림으로 먼저 보여 준다.

셋째, 음악과 춤이다. 「토니오 크뢰거」에는 춤 교습과 무도회의 왈츠가, 「트리스탄」에는 바그너의 ‘동경의 동기’가, 「베니스에서의 죽음」에는 아셴바흐의 꿈속에서 울리는 피리 소리가 있다. 음악이 나오는 대목마다 인물이 자제력을 조금씩 잃는다.

책의 차례는 「토니오 크뢰거」 다음에 1930년 작 「마리오와 마술사」가 오고, 이어 초기 단편들,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 순이다. 세 표제작만 먼저 읽고 싶다면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 순서로 읽으면 쓰인 순서와도 맞는다.

한 가지만 해 본다면

「토니오 크뢰거」 8장의 무도회 장면과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마지막 해변 장면을 이어서 읽어 보자. 두 사람 모두 사랑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다. 토니오는 방으로 돌아가 울고, 다음 장에서 리자베타에게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지키겠다는 편지를 쓴다. 아셴바흐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같은 거리가 한 사람에게는 다음 작품의 약속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끝이 된다는 것, 그 차이가 이 책을 묶는 실이다.

끝 · END OF NOTE목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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