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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06 UPDATE

CLASSICS / FIELD NOTES

『암흑의 핵심』에서 거짓말을 견디지 못한다던 말로는 왜 마지막에 거짓말을 할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번, 조지프 콘래드 『암흑의 핵심』 읽기 안내. 이상옥 옮김 판본, 템스 강에서 시작하는 액자 구조, 세 부분의 흐름, 거짓말을 견디지 못한다던 말로가 마지막에 하는 거짓말, 아체베의 비판을 둘러싼 논쟁과 읽으면서 표시해 둘 것을 정리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번은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다. 템스 강에 정박한 배 위에서 말로라는 선원이 예전에 아프리카의 큰 강을 거슬러 올라가 쿠르츠라는 상아 무역 대리인을 데려오던 여행을 들려주는 이야기다. 말로는 이야기 도중에 자기는 거짓말을 싫어하고 견디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분명한 거짓말을 한다. 이 글을 읽고 나면 그 거짓말이 어디서 예고되고 어떤 장면들 위에 놓이는지 따라가며 읽을 수 있다. 액자처럼 겹친 구조와 세 부분의 흐름, 이 작품을 둘러싼 논쟁도 함께 정리한다.

이상옥 옮김, 212쪽의 짧은 장편

민음사판은 영문학자 이상옥이 옮겨 1998년에 나왔고 212쪽이다. 목차는 원작과 같이 제1장, 제2장, 제3장의 세 부분이며, 옮긴이의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가 붙어 있다. 출판사는 이 책을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의 원작으로 소개한다.

콘래드는 1857년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유제프 테오도르 콘라트 코제니오프스키다. 1874년 고국을 떠나 프랑스 상선의 선원이 되었고, 영국 상선으로 옮기고 나서야 영어를 배웠다. 1886년 영국에 귀화했고, 1894년 배에서 내려 이듬해 첫 장편을 냈다. 1890년 서른두 살의 콘래드는 벨기에 무역 회사에 고용되어 콩고 강의 증기선을 탔고, 선장이 병들자 한동안 배를 지휘했다. 그 배에서 병으로 죽은 회사 직원 조르주앙투안 클랭은 쿠르츠의 모델로 거론되는 여러 인물 가운데 하나다. 『암흑의 핵심』은 1899년 2월부터 4월까지 『블랙우즈 매거진』에 세 번 나뉘어 실렸고, 1902년 단행본 『청춘』에 묶였다. 콘래드는 1924년 세상을 떠났다.

프랜시스 시모어 헤이든의 1862년 에칭 「템스 강의 해넘이」. 넓은 강 왼쪽에 긴 돛대를 비스듬히 세운 화물 범선이 검은 실루엣으로 떠 있고, 그 뒤 수평선 가까이 해가 낮게 걸려 빛줄기가 하늘로 퍼진다. 양쪽 강기슭은 나무와 건물이 어둡게 깔린 낮은 띠로 보이고, 오른쪽 아래에 작가의 서명이 있다.
프랜시스 시모어 헤이든(1818–1910), 「템스 강의 해넘이(Sunset on the Thames)」, 1862, 에칭과 드라이포인트. 클리블랜드 미술관, Gift of The Print Club of Cleveland, 1921.171. CC0(Cleveland Museum of Art Open Access). 소설의 삽화가 아니라, 『암흑의 핵심』이 시작되는 해 질 녘 템스 강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같은 시대의 판화다.
숏츠로 보기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007 | 암흑의 핵심YouTube ↗

템스 강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소설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런던 아래 템스 강에서 시작한다. 요트 넬리호가 물때를 기다리며 닻을 내렸고, 갑판에는 회사 중역과 변호사, 회계사, 말로, 그리고 이름 없는 화자 ‘나’가 있다. 해가 지자 말로가 갑자기 말한다. 여기도 지상의 어두운 곳 가운데 하나였다고. 그는 1900년 전 이 강을 처음 거슬러 올라온 로마인들에게 이곳이 어떤 땅이었을지 상상해 보고, 그 뒤에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가 읽는 것은 ‘나’가 전하는 말로의 이야기이고, 쿠르츠는 그 이야기의 가장 안쪽에 있다. 화자는 말로에게 이야기의 의미란 호두 속 알맹이처럼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감싼 달무리처럼 바깥에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강 위는 점점 어두워져, 듣는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도 보지 못하게 된다.

독서 노트

이야기 안의 이야기

해 질 녘 템스 강에서 시작해 밤의 템스 강에서 끝난다

  1. 바깥 틀 · 템스 강의 넬리호

    • 물때를 기다리는 요트 위의 다섯 사람
    • 이름 없는 '나'가 이 밤을 전한다
  2. 안쪽 이야기 · 말로의 강 여행

    • 말로가 예전에 한 강 여행을 들려준다
    • 날이 저물수록 듣는 사람도 안 보인다
  3. 가장 안쪽 · 쿠르츠

    • 소문, 보고서, 목소리로만 먼저 나타남
    • 마지막 말: "The horror! The horror!"
  4. 다시 바깥 틀 · 썰물을 놓친 밤

    • 말로가 말을 멈추고, 썰물 때를 놓쳤다
    • 템스 강도 '암흑의 핵심'으로 흘러드는 듯

말로의 말은 거의 모두 따옴표 안에 있다. 우리는 '나'가 전하는 말로가 전하는 쿠르츠를 읽는다.

『암흑의 핵심』은 템스 강 위의 한 밤에 들은 이야기다. 쿠르츠는 맨 안쪽에 있어 가장 멀리서 들린다.

세 부분, 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

1부에서 말로는 숙모의 연줄로 무역 회사의 증기선 선장 자리를 얻는다. 그가 ‘회칠한 무덤’ 같다고 말하는 유럽의 도시에서, 회사 사무실 앞방의 두 여자는 검은 털실을 뜨고 있고, 의사는 떠나는 사람의 머리 치수를 잰다. 서른 날 넘게 해안을 따라간 끝에 강 하구에서 조금 올라간 바깥 주재소에 닿으면, 목에 쇠고리를 차고 사슬로 이어진 일꾼들과 그늘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 그 한가운데서 흰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장부를 정리하는 수석 회계사가 있다. 말로는 예순 명의 짐꾼과 함께 200마일을 걸어 중앙 주재소에 가지만, 그가 몰 증기선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고 배를 고칠 리벳은 오지 않는다.

2부에서 말로는 지배인과 그 삼촌이 쿠르츠를 두고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다. 1부에서 수석 회계사가 말한 대로 쿠르츠는 다른 주재소를 모두 합친 것만큼 상아를 보내오는 사람이고, 지배인은 그런 그를 못마땅해한다. 배는 짙은 안개를 지나 화살 공격을 받고, 키잡이가 창에 맞아 죽는다. 안쪽 주재소에 다다르자 누더기를 기워 입은 러시아 청년이 배를 맞는다. 3부에서 말로는 쌍안경으로 주재소 울타리 말뚝 위의 둥근 장식이 사람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본다. 병든 쿠르츠를 배에 싣고 내려오는 길에 쿠르츠는 죽는다.

독서 노트

세 부분, 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

민음사판 목차도 제1장·제2장·제3장 세 부분이다

  1. 1부 · 유럽에서 중앙 주재소까지

    • 검은 털실을 뜨는 두 여자, 머리를 재는 의사
    • 사슬에 묶인 일꾼들, 단정한 수석 회계사
    • 강바닥에 가라앉은 증기선, 오지 않는 리벳
  2. 2부 · 안쪽 주재소를 향해

    • 지배인과 삼촌의 대화를 엿들음
    • 짙은 안개, 화살 공격, 키잡이의 죽음
    • 누더기 옷의 러시아 청년이 맞이함
  3. 3부 · 쿠르츠, 그리고 유럽

    • 말뚝 위의 머리들, 병든 쿠르츠를 배에 실음
    • 돌아오는 배에서 쿠르츠가 죽음
    • 1년여 뒤 쿠르츠의 약혼녀를 찾아감

작품 속에 '콩고'라는 이름도, 회사가 있는 유럽 도시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장면 순서는 영어 원문 기준.

1부는 기다림, 2부는 접근, 3부는 만남과 귀환이다. 쿠르츠는 3부에 와서야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

거짓말을 견디지 못한다던 사람

말로는 1부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싫어하고, 혐오하고, 견디지 못한다고 말한다. 거짓말에는 죽음의 얼룩, 언젠가 죽을 존재의 맛이 배어 있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 대목에서 그는 중앙 주재소의 벽돌공이 자기에게 유럽의 높은 연줄이 있다고 믿게 내버려 둔다. 거짓말에 거의 가까운 일을 했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2부 한가운데서 말로는 이야기를 멈추고 결말을 미리 말해 버린다. 결국 거짓말로 쿠르츠의 유령을 잠재웠다고. 그러고는 곧바로 여자들은 이런 일과 무관해야 하며,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계에 머물게 도와야 한다고 덧붙인다. 독자는 3부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 전에 이미 거짓말이 올 것을 안다.

3부에서 쿠르츠는 배 안에서 죽기 직전, 숨결 같은 소리로 두 번 외친다. 원문으로 “The horror! The horror!”다. 유럽으로 돌아온 말로는 쿠르츠의 서류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차례로 만난다. 회사 사람에게는 쿠르츠가 쓴 ‘야만 풍습 억제’ 보고서를 넘기되, 끝에 휘갈겨 쓴 추신을 찢어 낸 채로 준다. 그 추신은 “짐승들을 모두 몰살하라!”였다. 그리고 쿠르츠가 죽은 지 1년이 넘어 그의 약혼녀를 찾아간다. 상복을 입은 그녀가 함께 살아갈 무언가가 필요하다며 쿠르츠의 마지막 말을 묻자, 말로는 대답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당신의 이름이었다고.

말로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너무 어두웠을 것이라고, 너무나 어두웠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야기를 마친다. 이 거짓말은 두 방향으로 읽힌다.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 베푼 자비로 읽을 수도 있고, 말로가 앞에서 말한 ‘여자들의 아름다운 세계’, 나아가 정복을 정당화해 주던 유럽의 고상한 ‘이념’을 지켜 주는 공모로 읽을 수도 있다. 말로는 1부에서 이미 정복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그 뒤에 있는 이념뿐이라고 말했다. 찢어 낸 추신과 약혼녀에게 한 거짓말은 같은 일을 한다. 유럽에 남는 것은 아름다운 말뿐이다.

독서 노트

말로와 거짓말

거짓말을 견디지 못한다던 사람이 마지막에 하는 일

  1. 1부 · 벽돌공 앞에서

    • "나는 거짓말을 싫어하고 견디지 못한다"
    • 그래도 유럽에 연줄이 있다는 오해를 내버려 둠
  2. 2부 · 미리 털어놓은 결말

    • "결국 거짓말로 그의 유령을 잠재웠다"
    • 듣는 사람에게 결말을 먼저 알려 둠
  3. 3부 · 유럽의 방문객들

    • 회사 사람에게는 추신을 찢어 낸 보고서
    • 약혼녀에게는 "마지막 말은 당신 이름"

쿠르츠의 실제 마지막 말은 "The horror! The horror!"였다. 말로는 그것을 "너무 어두워서" 전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말로의 거짓말은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 그는 1부에서 원칙을 말하고, 2부에서 결말을 예고하고, 3부에서 그대로 한다.

이 소설을 둘러싼 논쟁

『암흑의 핵심』은 제국주의 비판의 고전으로 읽혀 왔지만, 아프리카 쪽에서 강한 반론도 나왔다. 나이지리아 작가 치누아 아체베는 1975년 강연 「아프리카의 이미지: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에 나타난 인종주의」에서, 이 소설이 아프리카를 유럽의 정신적 위기를 비추는 배경으로만 쓰고 아프리카 사람들에게서 인간다움을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반대편에서 역사가 애덤 호크실드는 『레오폴드 왕의 유령』(1998)에서, 문학 연구가 이 소설의 심리적 측면에만 매달려 콘래드가 콩고 자유국의 식민 폭력을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점을 소홀히 했다고 썼다. 콘래드가 이 소설을 쓸 무렵 콩고 자유국은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의 사유 식민지였다.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낼 필요는 없다. 다만 아체베의 비판을 알고 읽으면, 이 소설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거의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쿠르츠의 죽음을 알리는 지배인의 소년, 키잡이, 화부는 이름이 없고, 쿠르츠 곁의 아프리카 여인이 하는 말은 한 번도 직접 들리지 않는다. 엘리엇은 1925년 시 「텅 빈 사람들」의 첫 제사로 바로 그 소년의 말, “Mistah Kurtz—he dead”를 가져왔다.

읽으면서 표시해 둘 것

첫째, 따옴표다. 말로의 말은 거의 전부 따옴표 안에 있고, 그 안의 인물들 말은 다시 작은따옴표 안에 있다. 이야기가 잠시 끊기고 화자 ‘나’가 끼어드는 대목에 표시해 두면, 말로의 이야기가 템스 강 위에서 어떻게 들리고 있었는지 보인다.

둘째, 흰색과 검은색이다. ‘회칠한 무덤’ 같은 유럽 도시, 상아의 흰빛, 흰 옷을 입은 회계사, 검은 털실을 뜨는 여자들. 어둠이 아프리카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소설은 색으로 계속 보여 준다.

셋째, 쿠르츠의 목소리다. 말로는 쿠르츠를 만나기 전부터 그를 ‘목소리’로 생각하고, 보고서의 웅변에 감탄한다. 쿠르츠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무엇을 말했는지가 먼저 나오는 장면들을 표시해 두면, 마지막 장면에서 말로가 왜 ‘말’로 그를 덮는지 이어진다.

한 가지만 해 본다면

책을 다 읽은 뒤 첫 몇 쪽과 마지막 쪽을 이어서 다시 읽어 보자. 해 질 녘 템스 강에서 말로는 이곳도 어두운 곳이었다고 말하고, 이야기가 끝난 밤 화자는 그 강이 거대한 어둠의 한가운데로 흘러드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처음에 아프리카를 가리키는 줄 알았던 ‘암흑의 핵심’이, 마지막에는 런던 쪽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다시 펼칠 이유가 된다.

끝 · END OF NOTE목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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