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S / FIELD NOTES

『변신』에서 정말 변하는 것은 그레고르일까, 가족일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번, 카프카 『변신·시골의사』 읽기 안내. 전영애 옮김 판본의 구성, 「변신」 세 부의 짜임, 벌레가 된 그레고르 곁에서 달라지는 가족, 그리고 「시골의사」를 함께 읽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번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커다란 벌레가 되어 있었다는 첫 문장으로 유명한 「변신」과, 한겨울 밤 왕진을 떠나는 의사의 이야기 「시골의사」를 표제로 삼은 중단편집이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변신」의 세 부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 짚고, 벌레가 된 그레고르 곁에서 가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따라가며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시골의사」를 왜 같은 책에서 함께 읽으면 좋은지도 알게 된다.

전영애 옮김, 32편을 세 부로 묶은 책

민음사판은 독문학자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가 옮겨 1998년에 나왔다. 288쪽 분량에 중단편 32편이 세 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1부에는 「변신」, 「판결」, 「시골의사」, 「학술원에의 보고」, 「굴」, 「법 앞에서」 여섯 편이 들어 있고, 2부와 3부에는 「황제의 전갈」이나 「사이렌의 침묵」처럼 한두 쪽 남짓한 짧은 산문이 열세 편씩 이어진다. 책 끝에는 옮긴이의 해설 「카프카에의 길, 카프카의 길」과 작가 연보가 붙어 있다. 출판사는 이 선집을 카프카적인 것에 이르는 믿을 만한 안내서가 되도록 골랐다고 소개한다.

카프카는 1883년 프라하에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법학을 공부했고, 직장에 다니며 밤에 글을 썼다. 출판사 작가 소개에 따르면 「변신」은 1912년 12월에 완성되었고 1915년에 책으로 나왔다. 1924년 그가 죽은 뒤 남은 원고를 없애 달라는 유언이 있었지만, 친구 막스 브로트가 원고를 지켜 출판했다.

민음사판 『변신·시골의사』의 구성. 1부 6편(변신, 판결, 시골의사, 학술원에의 보고, 굴, 법 앞에서), 2부 13편, 3부 13편, 그리고 옮긴이 해설과 작가 연보.
민음사판 『변신·시골의사』는 표제작 두 편을 포함한 중단편 32편을 세 부로 나누어 싣는다.
숏츠로 보기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004 | 변신, 시골의사YouTube ↗

변신은 첫 문장에서 이미 끝나 있다

「변신」에는 변신하는 과정이 없다.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침대 위에서 벌레로 변해 있다. 독일어 원문은 그것을 ‘엄청나게 큰 해충(Ungeziefer)’이라고만 부른다. 해충은 특정한 곤충의 이름이 아니라 쓸모없고 불결하다고 여겨지는 작은 동물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중에 집안일을 돕는 할멈이 그를 ‘늙은 쇠똥구리’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그것도 생김새를 확인한 이름이라기보다 놀리는 말에 가깝다. 1915년 책을 낼 때 카프카는 출판사에 그 곤충 자체는 그려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무엇이 되었나’보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나’를 따라가게 만든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처음 걱정하는 것은 자기 몸이 아니라 다섯 시 기차를 놓쳤다는 사실이다. 일곱 시 기차라도 타야 하고, 결근하면 사장에게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한다. 그 사이 회사의 지배인이 직접 집으로 찾아온다. 몸이 바뀐 첫날 아침에도 그의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일과 빚이다.

세 부, 세 번의 문

소설은 세 부로 나뉘고, 부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다. 그레고르가 방 밖으로 나오고, 가족이 그를 다시 방 안으로 몰아넣는다. 1부에서 그는 입으로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고 나오지만, 지배인은 달아나고 아버지는 지배인이 두고 간 지팡이와 신문지를 휘둘러 그를 방으로 쫓는다. 문틀에 끼인 그는 아버지에게 떠밀려 피를 흘리며 방 안으로 날아간다.

2부에서 누이 그레테는 그가 무엇을 먹는지 알아보려고 여러 음식을 신문지에 펼쳐 놓아 주고, 그가 벽을 기어다니기 좋도록 가구를 치우려 한다. 그러다 방에서 기어 나온 그를 본 아버지가 사과를 하나씩 던지고, 그중 하나가 그의 등에 박힌다. 아무도 빼낼 엄두를 내지 못한 그 사과는 3부 내내 그의 등에서 썩어 간다. 3부에서 그는 누이의 바이올린 소리에 끌려 하숙인들이 있는 거실로 나간다. 이번에는 아무도 그를 때리지 않는다. 대신 누이가 그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변신』 세 부의 흐름. 1부 지배인의 방문과 아버지의 지팡이, 2부 누이의 돌봄과 사과에 맞은 상처, 3부 누이의 바이올린 연주와 '없애야 해요'라는 말, 그레고르의 죽음.
부마다 그레고르는 방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방 안에 갇힌다. 세 번째에 갇힌 방에서 그는 숨을 거둔다.

누가 무엇으로 변했나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뒤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오히려 가족의 생활이다. 2부에서 그레고르는 문 너머로, 아버지가 5년 전 사업이 망할 때 건진 돈이 조금 남아 있었고 자신이 매달 가져온 돈도 다 쓰이지 않고 모여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듣는다. 그는 그 돈이 있었다면 아버지가 사장에게 진 빚을 더 빨리 갚고 직장을 그만둘 날이 가까웠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버지의 신중함을 기뻐한다.

그 돈으로는 한두 해밖에 버틸 수 없었기에 가족은 일하러 나간다. 5년 동안 일하지 않고 살이 쪄 느릿느릿하던 아버지는 금단추가 달린 은행 사환 제복을 입고 몸을 꼿꼿이 세운 채 나타나며, 집에서도 그 제복을 벗지 않는다. 천식을 앓던 어머니는 상점에 넘길 속옷을 바느질하고, 바이올린을 좋아하던 열일곱 살 누이는 판매원이 되어 저녁마다 속기와 프랑스어를 배운다. 그레고르가 몰래 세워 두었던 계획, 누이를 음악학교에 보내겠다는 생각은 이제 아무 쓸모가 없다.

3부의 마지막 대목은 이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레고르가 죽은 날, 세 사람은 몇 달 만에 함께 집을 나서 전차를 타고 교외로 간다. 햇살이 드는 전차 안에서 그들은 세 사람의 일자리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데 놀라고, 그레고르가 골랐던 지금의 집보다 작고 싼 집으로 옮기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부모는 그사이 딸이 아름다운 처녀로 피어났다는 것을 거의 동시에 알아차린다. 소설은 딸이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 몸을 쭉 펴는 장면으로 끝난다. 벌레가 된 것은 그레고르였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의 변화 비교. 그레고르는 외판원에서 잠긴 방 안의 '그것'으로, 아버지는 일하지 않던 노인에서 은행 사환으로, 어머니는 바느질 일을, 누이 그레테는 판매원이 되어 속기와 프랑스어를 배운다.
벌레가 된 것은 그레고르 한 사람이지만, 생활이 바뀌는 것은 나머지 세 식구다.

「시골의사」를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

「시골의사」는 짧은 이야기다. 눈보라 치는 밤, 늙은 시골 의사가 먼 마을의 위중한 환자에게 가야 하는데 자기 말은 밤사이 죽었다. 쓰지 않던 돼지우리 문을 걷어차자 낯선 마부와 말 두 마리가 기어 나온다. 마부는 하녀 로자에게 달려들고, 의사는 순식간에 환자의 집에 닿는다. 소년은 처음에 ‘선생님, 저를 죽게 해 주세요’라고 속삭이고, 의사는 처음에는 소년이 멀쩡하다고 판단했다가 다시 살펴보고서야 오른쪽 옆구리에 손바닥만 한 상처가 벌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옷을 벗겨 환자 옆에 눕히고, 의사는 알몸으로 말에 올라 마차를 끌고 끝없는 눈길을 헤맨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닮은 데가 보인다. 둘 다 남을 위해 일하던 사람이 어느 밤 혹은 어느 아침을 계기로 자리를 잃고, 가족이 그것을 지켜보며, 몸에는 아물지 않는 상처가 남는다. 그레고르는 등에 박힌 사과를, 소년은 옆구리의 상처를 지닌 채 누워 있다. 카프카가 생전에 펴낸 단편집 『시골의사』에는 ‘나의 아버지께’라는 헌사가 붙어 있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하다.

읽으면서 표시해 둘 것

첫째, 누이가 그레고르를 부르는 말이다. 1부 첫 아침에 누이는 문 너머로 ‘그레고르, 문 좀 열어’ 하고 애원하지만, 3부의 마지막 회의에서는 이 짐승 앞에서 오빠의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며 그를 ‘그것’이라고 부른다. 이 변화가 어느 장면에서 시작되는지 표시해 보자.

둘째, 문과 열쇠다. 1부에서 그레고르는 스스로 열쇠를 돌려 문을 연다. 2부부터 열쇠는 바깥에 꽂히고, 3부에서 그가 방으로 돌아가자 누이는 마침내라는 듯 문을 잠근다. 1부의 「법 앞에서」에도 열린 문 앞에서 평생 들어가지 못한 채 기다리는 시골 사람이 나온다. 이 책 안에서 문은 여러 번 같은 자리에 선다.

셋째, 그레고르 자신의 생각이다. 그는 가족을 원망하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마지막 밤에도 감동과 사랑으로 가족을 떠올리며,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누이보다 더 단호했다고 서술된다. 이것을 너그러움으로 읽을지, 끝까지 스스로를 지우는 습관으로 읽을지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한 가지만 해 본다면

「변신」을 읽으면서 페이지 여백에 두 줄을 따로 적어 보자. 한 줄에는 그레고르의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른 한 줄에는 가족의 일과 옷차림과 말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첫 장에서는 위쪽 줄만 빽빽하지만, 마지막 장에 이르면 아래쪽 줄이 훨씬 길어져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가리키는 변신이 누구의 것인지는 그 두 줄의 길이가 알려 준다.

END OF NOTE목록으로
COMMENTS BOX

이 기록에 대화를 더해 주세요.

궁금한 점, 다른 접근, 직접 해 본 결과를 나눠 주세요.

최신순

로그인 상태 확인 중…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