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S / FIELD NOTES

『동물농장』의 일곱 계명은 언제, 어떻게 고쳐졌을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번, 조지 오웰 『동물농장』 읽기 안내. 도정일 옮김 판본의 구성, 헛간 벽의 일곱 계명이 몇 장에서 어떤 단어로 바뀌는지, 글을 쓰는 돼지와 기억에 기대는 동물들의 차이, 함께 실린 에세이 두 편을 읽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번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주인을 몰아낸 동물들이 스스로 농장을 꾸리다가 결국 예전보다 더 고된 처지로 돌아가는 우화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라는 문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헛간 벽에 적힌 일곱 계명이 몇 장에서 어떤 단어로 바뀌는지 짚으며 읽을 수 있다. 또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 힘만이 아니라 ‘누가 글을 쓰고 누가 기억에 기대는가’였다는 점, 그리고 함께 실린 에세이 두 편을 어떻게 이어 읽으면 좋은지도 알게 된다.

도정일 옮김, 소설 한 편과 에세이 두 편

민음사판은 문학평론가이자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를 지낸 도정일이 옮겨 1998년에 나왔다. 184쪽 분량으로, 7쪽부터 열 장짜리 소설 『동물농장』이 실리고, 125쪽에 「자유와 행복」, 133쪽에 「나는 왜 쓰는가」가 이어진다. 「자유와 행복」은 오웰이 1946년 1월 주간지 《트리뷴》에 쓴 자먀틴의 소설 『우리들』 서평이고, 「나는 왜 쓰는가」는 같은 해 여름 잡지 《갱그럴》에 실린 에세이다. 책 끝에는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가 붙어 있다.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다. 1903년 인도 벵골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1922년부터 버마에서 제국 경찰로 일하다 그만둔 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거쳐 작가가 되었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경험을 『카탈로니아 찬가』로 남겼고, 원문 끝에 적힌 날짜로 보면 『동물농장』은 1943년 11월부터 1944년 2월 사이에 썼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끝에 1945년 섹커 앤드 와버그에서 나왔다. 오웰은 1950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민음사판 『동물농장』의 구성. 7쪽부터 10장짜리 소설 『동물농장』, 125쪽 에세이 「자유와 행복」(자먀틴 『우리들』 서평, 1946), 133쪽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1946), 그리고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
민음사판 『동물농장』은 소설 한 편에 오웰의 에세이 두 편을 더해 한 권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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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는 법으로 적힌 일곱 줄

소설은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한밤중에 동물들을 모아 놓고 하는 연설로 시작한다. 우리 삶은 비참하고 고되고 짧다, 우리가 일해서 만든 것을 인간이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인간을 몰아내면 굶주림과 과로의 뿌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메이저는 사흘 뒤 숨을 거두지만, 그가 가르쳐 준 노래 ‘잉글랜드의 짐승들’과 생각은 남는다. 한여름 어느 주말, 주인 존스가 읍내에서 술에 취해 돌아오지 않고 일꾼들도 먹이를 주지 않자, 저녁까지 굶은 동물들이 들고일어나 존스와 일꾼들을 쫓아낸다.

그날 돼지 스노볼은 농장 정문에 칠해진 ‘매너 농장’을 지우고 ‘동물농장’이라고 고쳐 쓴다. 이어 돼지들은 그동안 정리한 동물주의의 원리를 일곱 계명으로 줄여 헛간 벽에 커다란 흰 글씨로 적는다. 사다리에 올라 글을 쓰는 것은 스노볼이고, 몇 칸 아래에서 페인트 통을 들고 있는 것은 스퀼러다. 원문은 이 계명이 앞으로 영원히 따라야 할 ‘바꿀 수 없는 법’이 될 것이라고 적는다.

계명은 지워지지 않고 덧붙여진다

이 소설에서 가장 꼼꼼히 볼 만한 것은 계명이 바뀌는 방식이다. 돼지들은 계명을 지우지 않는다. 몇 단어를 덧붙일 뿐이다. 6장에서 돼지들이 농장 안채로 옮겨 침대에서 잔다는 말이 돌자, 말 클로버는 침대를 금지하는 계명이 있었던 것 같다며 염소 뮤리엘에게 제4계명을 읽어 달라고 한다. 벽에는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깐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라고 적혀 있다. 클로버는 시트라는 말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벽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 원래 그랬을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8장에서는 같은 일이 두 번 일어난다. 7장의 처형 장면 뒤에 동물들은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는 제6계명을 떠올리지만, 벽에는 끝에 ‘이유 없이’가 붙어 있다. 얼마 뒤 한밤중에 마당에서 큰 소리가 나고, 동물들은 일곱 계명이 적힌 헛간 벽 아래에서 두 동강 난 사다리 옆에 쓰러진 스퀼러와 엎어진 흰 페인트 통을 발견한다. 그 뒤 뮤리엘은 술을 금지하던 제5계명에 ‘지나치게’가 붙어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보다 앞서 돼지들은 안채 지하실에서 위스키 한 상자를 찾아냈다.

마지막 10장에서 늙어 눈이 흐려진 클로버는 벽이 예전과 달라 보인다며 당나귀 벤자민에게 읽어 달라고 한다. 벽에는 이제 한 줄만 남아 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일곱 계명의 변화. 2장의 원래 일곱 줄, 6장 제4계명에 '시트를 깐'이 붙음, 8장 제6계명에 '이유 없이', 제5계명에 '지나치게'가 붙음, 10장에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한 줄만 남음.
계명은 지워지지 않고 몇 단어씩 덧붙여진다. 마지막 장에서는 일곱 줄 대신 한 줄만 남는다.

누가 쓰고, 누가 읽고, 누가 외우나

이런 변경이 통하는 이유는 3장에 미리 나와 있다. 혁명 첫해 가을, 돼지들은 이미 완벽하게 읽고 쓴다. 개들은 꽤 읽지만 일곱 계명 말고는 관심이 없고, 뮤리엘은 그보다 조금 낫다. 벤자민은 돼지만큼 읽을 줄 알면서도 읽을 만한 것이 없다며 그 능력을 쓰지 않는다. 클로버는 알파벳은 다 익혔지만 단어를 엮지 못하고, 가장 힘센 일꾼인 말 복서는 D 다음을 끝내 외우지 못한다.

글을 쓰는 쪽과 기억에 기대는 쪽이 이렇게 갈리면, 벽에 적힌 문장이 기억을 이긴다. 원문은 동물들이 무언가를 ‘기억했다, 혹은 기억한다고 생각했다’는 표현을 되풀이한다. 양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 구조를 돕는다. 스노볼이 줄인 구호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를 외우고 다니던 양들은 5장의 회의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이 구호를 외쳐 토론을 끊는다. 복서는 ‘내가 더 열심히 일하겠다’와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라는 두 문장을 자기 원칙으로 삼는다. 그런 복서가 9장에서 쓰러졌을 때 그를 태워 간 마차 옆면에는 말 도살업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것을 읽어 낸 것은 벤자민이었다. 스퀼러는 그 마차를 사들인 수의사가 예전 주인의 이름을 아직 지우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동물들의 글 읽기 실력 비교. 돼지들은 완벽하게 읽고 쓰며 나폴레옹이 정하고 스퀼러가 설명한다. 염소 뮤리엘은 읽어 주고, 당나귀 벤자민은 읽을 줄 알지만 읽지 않는다. 클로버는 글자만 알고 복서는 D까지 외운다. 양들은 구호를 외쳐 회의를 끊는다.
글을 쓰는 쪽과 기억에 기대는 쪽이 갈리면, 벽에 적힌 문장이 곧 진실이 된다.

우화로 읽기, 역사로 읽기

출판사 소개는 등장인물을 러시아 혁명사에 하나씩 대응시킨다. 존스는 니콜라이 2세, 메이저는 마르크스, 나폴레옹은 스탈린, 스노볼은 트로츠키라는 식이다. 이 대응을 알고 읽으면 풍차 건설이나 처형 장면이 어떤 사건을 겨냥했는지 보인다. 그러나 그 지도가 없어도 이야기는 그대로 읽힌다. 일곱 계명이 바뀌는 과정은 특정한 나라가 아니라 기록을 쥔 쪽이 어떻게 과거를 고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함께 실린 에세이 두 편은 이 소설을 쓴 사람의 생각을 직접 보여 준다. 「나는 왜 쓰는가」에서 오웰은 글을 쓰는 큰 동기로 순전한 자기중심성, 미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의 네 가지를 꼽고, 『동물농장』이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의식적으로 하나로 녹이려 한 첫 책이었다고 말한다. 「자유와 행복」에서는 행복과 자유가 함께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세워진 자먀틴의 미래 국가를 다룬다. 소설을 먼저 읽고 두 에세이를 읽으면, 돼지들이 동물들에게 내미는 거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보인다.

읽으면서 표시해 둘 것

첫째, ‘바꿀 수 없는 법’이라는 말이 두 번 나온다. 2장에서는 일곱 계명을 가리키고, 10장에서는 벤자민이 굶주림과 고생과 실망을 삶의 바꿀 수 없는 법이라고 말할 때 쓰인다. 두 문장 사이에서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따져 보자.

둘째, 붓을 든 동물이다. 2장에서 정문의 이름과 계명을 쓰는 것은 스노볼이지만, 8장의 밤에 사다리 옆에 쓰러져 있는 것은 스퀼러다. 계명이 바뀔 때마다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 표시해 두자.

셋째, 마지막 장면이다. 나폴레옹은 이웃 농장주들 앞에서 농장 이름을 다시 ‘매너 농장’으로 되돌린다고 선언하고,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와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더는 누가 누구인지 가릴 수 없게 된다. 첫 장의 정문 간판과 마지막 장의 이 선언을 나란히 놓아 보면 열 장의 거리가 보인다.

한 가지만 해 본다면

2장에 이르면 일곱 계명을 따로 종이에 옮겨 적어 두자. 그리고 읽어 가다가 계명이 바뀐 것이 드러날 때마다 장 번호와, 그것을 알아차린 동물이 누구였는지를 그 옆에 적는다. 소설 속 동물들에게는 이런 종이가 한 장도 없었다. 손에 쥔 기록 한 장이 얼마나 많은 것을 지켜 주는지, 마지막 장에 이르면 그 종이가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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